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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2018)

by CHRP (채널라디오피플) 2019. 12. 16.

 

문화유랑단 REVIEW ::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2018) 

<판타지, 코메디, 모험 / 전체 관람가 / 104분 / 감독 : 마크 포스터 / 주연 : 이완 맥그리거, 짐 커밍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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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시간은 언제나 행복했고 부족함이 없던 시간이었다. 작지만 풍요로웠고, 부족하기에 행복한 이들의 일상.

그렇게 흘러가던 시간은 아쉽게도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있어 뿐만이 아닌, 

그의 숲속 친구들에게도 무척 서글픈 순간이었다. 

 

그렇게 로빈은 세상으로 돌아왔건만, 그에게 다가온 세상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가장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했던 그는 시간과 인내의 파도를 넘어, 어느덧 대형 회사의 가방 제조 파트 팀장직을 맡으며 인정받는 리더가 되어버렸다. 소위, 잘나가는 '어른'으로 성장한 로빈이지만, 에이커 숲의 기억이 바래지고 남겨진 그의 모습은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관리자로서의 책임만 늘어나버린 상황에 놓여진다  

하루하루 무의미하고 아슬아슬한 삶에 치이던 어느 날, 그의 오랜 친구인 푸가 찾아오고, 그와 함께 다시금 나서는 좌충우돌의 일상 속에 견해의 차이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건 생각이 작은 곰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었다. 역설적이게도 생각이 작아진 그가 문제였다.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지 오래지만 푸에게는 그저 크리스토퍼 로빈일 뿐이었다. 

정답이었다. 그는 어른 이전에 크리스토퍼 로빈이라는 한 사람일 뿐이다.

 

 

 

#. 양날의 검_실사화의 굴레

대게 실사화를 거쳐 재탄생한 애니메이션의 작품의 흥행 결과는 평균적으로 절반에 가까운 상황이 많았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실사화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이질감이 문제가 되는 것이 그렇기 때문인데, 이는 다른 누구보다도 방대한 히트 IP를 소유한 디즈니의 관점에서 보면, 숙원(?)에 근접한 사업의 과정이 아닐까

 

부연적 설명을 제처두고 결과부터 놓고 본 작품을 바라본다면 평가 또한 역시나 그런 편이다. 불행중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3d로 탄생한 기존의 캐릭터들의 느낌도 원작의 매력을 잘 살려내고 있고, 어쩌면 비교 대상의 표본이 될지도 모를 라이언 킹 실사판의 모델링과 비교해보면 왠지 라이언 킹 제작진들에 그들의 실사화 과정에서 무엇을 빼먹었는지를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호불호는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의 원작이 널리 알려진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본편으로 돌아가서 원작을 보지 않은 일반 관객의 시점을 고려하여 오프닝을 챕터의 순으로 그려낸 것 또한 그간의 사정을 짧지만, 확실히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장치로 활용한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 영화의 배경과 흘러간 상황에 대한 개연성을 잠깐이나마 비추며 그간의 사정과 앞으로의 과정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뿐더러 어떤 이야기가 흘러가게 될지 자못 상상해볼 수 있는 기대치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보여진다. 

 

다만 이 영화의 플롯만 놓고 본다면 과거 후크(1991년작)를 아는 관람객 입장에서는 작품의 잔향이 꽤나 짙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언급한데로 실사화 과정에서 겪게 되는 필연적 이질감 또한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단지 애니메이션이 갖는 지속성과 작품의 확장성 측면에서는 뭔가 어둡게 보이고, 시점을 바꿔 정통 후속작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본듯한 모호함이 남는다. 모아 보면 100분 동안 이어지는 구조의 나열이 조금은 널 뛰는 모양새의 곡선을 띈다는 점인데, 애석하게도 잔잔한 힐링의 밑바탕이 되는 시놉의 방향과는 달리, 완급조절이 덜 된 상태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다분하여 이러한 느낌을 지우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런데도 평가랍시고 늘어놓는 의견의 말미로 요약해 본 관점들만 바라보기엔 그 이상의 값어치로 이 작품을 남겨두고 싶다.

훌쩍 커버린 어른들이 관람하기엔 꽤 밋밋한 느낌일지 몰라도 어느새 아이들보다도 시큼할 만큼 잔잔하고 따스한 영화이며 그로써 잊고 지내던 나를 상영시간 어느 한 순간 속에서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작지만 원대하고 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동네를 누비던 우리. 바로 자신을.

 

 


오늘도 위태로이 지탱중인 모든 로빈에게


 

 

#.우리들의_행복을_찾아서

이렇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지만, 100분을 이들을 바라본 우리네 인생은 애석하게도 아직 먹구름만 가득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세상은 매 순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지 모르겠다. 사는 쪽을 택할 것인지, 죽는 쪽을 택할 것인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그렇게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토록 증오했던 우즐이 되어버린 비열하고 작은 괴물의 모습을 매 순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때때로 우리는 우즐이 되도록 강요받고, 해팔럼으로 살아갈 것을 떠밀려지는 삶 속에 남겨졌기에.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휩쓸려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직이라는 테두리와, 학업이라는 스팩과, 취업이라는 굴레와, 생활이라는 형편과,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살아감에 있어 겪게 되는 그 모든 고통이라는 모습의 다양한 고민들. 어렵겠지만, 아주 잠시라도 품에서 내려두었으면. 

 

해서 누구나 그리 사는 삶이라 그렇지. 따지고 보면 어차피 아무도 모를 텐데. 그래서 아주 가끔은, 혹은 잠시라도, 세상에 속한 내가 아닌 내 이름이 전부인 인간 본연을 차근히 바라보는 건 어떨까? 물론 필연적인 것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보면 알겠지. 그러기에 그냥 흐르는 대로 가봐야겠다는 생각. 애초엔 그럴 생각이 없었겠지만, 순간 속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던 와중에 막상 또 다른 길을 찾을 수도. 그렇기에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때로는 아무것도 안하는 걸 해야 하고, 그렇게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뭔가를 얻게 되기에. 정확하게는 될 수도 있기에.. 라는 표현이 맞겠지만.

 

어떤 형태의 기억으로 남겨진 추억이라는 그리움은 내일이라는 어제로 남겨지겠지만, 그래도 어떠한가.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고 필요한 존재이니 말이다. 단순한 것에도 즐거워하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며, 모든 것이 설레던 그 순간.

모든 것을 상기하기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버린 어른이지만, 행복이 가장 우선이라는 건 언제나 변함없지 않을까.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필자를 포함한 오늘을 위태로이 지탱중인 모든 로빈에게... 문득 어디론가 질문해보고 싶어졌다.

 

 

[               ]. 오늘은 어떤 날이야?

 

 

 

* 초고 작성 : 2019년 11월 15일 

* 최종 수정 : 2019년 12월 16일 

 

- 발행 : 2019년 12월 16일 

- WRITTER : SEOGA

- PHOTO :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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