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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매트릭스 -레저렉션- (2021)

by CHRP (채널라디오피플) 2021. 12. 25.

 

문화 유랑단 REview :: 매트릭스 -레저렉션- (2021)

<SF, Si-fi, 액션, 어드벤처  |  15세 이상 관람가  |  148분  |  감독 : 라나 워쇼스키  |  주연 :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외 >  

 

한줄평 : 복귀한 코드의 선택은 당신의 몫 (★★)

 

:: 본 리뷰에는 작품에 관한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

 

 

©워너브라더스

 

 

특징들은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겠지만, 조금 과한 사람들을 가리켜 ‘외골수’라고 부른다. 자조가 맞다.

좋아하는 것만 좋아하고, 이를 더 알아가고자 깊게 파 보는 특성으로 스스로를 분류해보았다.   

 

‘진실은 무엇인가?’

 

모두가 옆동네 친절한 이웃 거미인간에게 시선이 빼앗기고 흥행마저 따라주는 상황이다. 필자 또한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에서 거울만 보고 있던 앨리스 마냥 묵묵히 이 작품만을 기다려왔다. 개똥 철학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달고 사는 입장에서, 꽤 호기로운 주제. 그것도 무려 20년 전. 뜬금없이 작품 하나가 내게 던져 주었기 때문이었다.

 

※ 들어가기 앞서 많은 이들이 -존트릭스 윅저렉션-이라 지적하며 비아냥 거리는 요소인, 외형적 관점은 철저하게 배제하며 진행하겠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아직까지 존 윅 시리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비아냥들이 조금은 못 미덥게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My dream ended here

 

매트릭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본 영화를 오랜 시간 사랑해온 팬. 혹은 미디어에서 마주했거나, 오래된 이름으로만 들어온 사람. 관점은 엇갈리겠지만, 공통 지어 볼 수 있는 키워드는 여럿 있다. 그 와중에 이견이 없을 STYLISH

 

본 작품이 청자에게 전달하는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세계관과 연출은 다시 봐도 매력적이다. 전매특허인 화려한 액션 시퀀스를 아우르는 컬러까지 더하면, 이를 따라갈 작품이 만무하다. 그 자체가 스타일리시하다. 그렇기에 이번 작에서 쌓인 기대치를 꺾어 내리는 듯한 연출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레거시를 적절히 활용한 것이 다분하다고는 하지만, 20년이 훌쩍 넘은 작품에서 과거의 신선함을 전달하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였을까.

 

레저렉션은 태초부터 기존 3부작과는 많은 지점에서 변화를 예고 해왔다. 변화가 가져다주는 것이 또 다른 발전의 장으로써 도출될 수는 있으나, 역설적으로 퇴보의 흐름에 매몰되는 상황 또한 존재한다. 절대자라는 포지션으로 설정된 캐릭터이지만 구시대를 대변했던 인물. 이를 감안하여 꽤나 하향 평준화된 듯한(?) 인물들을 너그럽게 이해한다고 한들, 전반적인 시퀀스가 밋밋해 보이기 까지 한 점은 뒷맛이 씁슬해진다. 최소한 기존 3부작에서 보여줬던 원화평 감독의 스피드적 요소 만이라도 부각해 줬더라면 결과물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필자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꽤나 아쉬운 대목이다. 

 

과거의 액션씬을 비교하며 보기에는... ©워너브라더스

 

시나리오의 전개 방향과 흐름의 고삐도 아쉬움을 한몫한다. 빠른 템포의 서사 전개를 적절하게 맞춘 호흡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본 작품이 가져다주는 느낌은 재앙 그 자체로 보일 것이다. 전작이었던 레볼루션 이후 약 60년의 시간이 흘러간 시대상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상영 시작 20분 만에 느껴질 만큼 지루하고 느슨한 작품이 돼버렸다. 아무리 인내를 갖고 지켜본다 해도, 이 모든 과정을 참아 내는 데는 어려 모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보면서 졸았다는 리뷰가 그토록 자주 보였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창작자에게 나이라는 장애물은 언제나 고통의 요인이다. 그렇다고 시간을 맞바꾸어 지속적인 새로움을 전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비워진 상태로 채워 넣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채워진 상태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의 팬들과 신규 청자들에게 기존에 알고 있던 (또는 보였던) 매트릭스의 시간대를 설명하는 것은 좋다. 그럼에도 그 조차 과도하고, 꽤나 불친절함의 연속이다. 신비롭고 낯선 풍경이 모든 것에서 새로움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익숙함이라는 시점을 동시에 설계해줘야 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상업적 성공의 관점에서 지지받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결론으로 매듭 지을 수 있다. 기대치와는 다르게도 꽤나 뼈아픈 실패작이 될 확률이 크고, 나아가 이후의 이야기를 만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뒤 따를 것이다. (게다가 옆동네 경쟁작이 워낙 강한 것도 문제겠지만.)

 

이처럼 복합적이겠으나 근본적인 상황을 판단해보자면, 속편 치고는 대담한 서사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함정이다. 여기에 더해 명성에 맞는 액션 시퀀스는 상당히 부족하고, 기존 시리즈에 비해 시시해진 것이 원인이다. 각성한 네오의 역할이 고작 방패막이로 기억될 정도로 실드만 펼치는 모습에서 기억 속 네오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업데이트되며 일부 기능이 유실된 것 마냥, 그 또한 상당히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주연 배우들이 노쇠화된 상황이 뒷받침되는 것도 있겠으나, 극복할 수 있는 장치적 요소는 매트릭스에 흘러넘친다. 가상이라는 공간. 시공을 초월할 수 있는 소스의 개념. 앞서 언급한 외형적 요소를 아쉬워하는 측면에서는 60년가량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라 넘어갈 있다 해도, 보다 사실적으로 그려낸 액션 시퀀스는 작품 속에 그림자로 더욱 짙어진다.

 

 

마케팅팀 열일한거 이해하겠지만 이건 좀... ©워너브라더스

 

 

일부 캐릭터의 설정과 전개 또한 그렇다. 새로운 모피어스라는 인물로 익히 알고 있었던 캐릭터가 (필자는 이미 예고편을 통해 조금은 예상했지만) 정확하게는 모피어스 + 스미스 (요원 시절)라는 캐릭터가 믹스된 형태로 그려지는 행적은 모호해진다. 모피어스로 일원화되어있다고는 하지만, 묵직함은 덜하고, 가벼움이 더해진 그는 어딘지 모르게 산만하고 머슥거릴만한 캐릭터다. 신 캐릭터 벅스의 역할론과 비교해보면 이 점이 더욱 부각된다. 그녀의 역할이 기존 3부작의 삼위일체 (모피어스 <=> 네오 <=> 트리니티)의 합을 최대로 짜낸 캐릭터로 비추어지는 경우가 왕왕 벌어지다 보니 여러 상황에서 그의 흐름은 '대체 왜 이렇게 만든 거지?'라는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앤더슨과 동업자이자 절친으로 나오는 스미스 (정확히는 코드) 또한 그렇다. 원작 배우인 휴고 위빙의 부재가 아쉬워지는 대목인 것이 여실해지는 것은,  실제로 그가 이영화를 통해 표현해줄 수 있던 임팩트가 상당했으리라는 것이 꽤나 컸다는 것이다. 여러 사유로 인해 변경된 설정이 추가되었다고는 해도, 당초 그가 출연하여 만들어 가는 그림을 상상해보면, 전개에서 보이는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을 만큼의 무계 감이 실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신 캐릭터들은 어떠한가? 핵심 포지션이자 빌런에 속하는 애널리스트도 곱씹어보면 무언가 애매하다. ‘아키텍처’의 계승 프로그램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실상 ‘메로빈지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중 "아키텍처와 친분이 있었다"라는 대사를 곱씹어보면 어쩌면 그가 완벽하게 ‘아키텍처’의 후계자인가 라는 의구심도 든다. 중요 포지션인 벅스는 또 어떠한가? 그녀의 모습은 앞서 말한 삼위일체 역할론이 혼재된 양상이다. 혹은, 니오베의 젊은 시절 패기와 생각이 엿 보이는 캐릭터로도 비친다. 이 와중에 다행스러운 것은, 주된 캐릭터이자 극의 핵심인 네오와 트리니티라는 구도에서 어긋나지 않으며, 네오 또한 메시아로써 묵묵히 이끌어준다라는 인상이다. 

 

하지만, 서사 자체의 축인 네오의 역할론과 목적성이 점차 상실되고, 이를 계승하며 각성하는 트리니티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는 기존 팬이라 할지라도 한계가 따를 것이다. 상호 간의 원인과 목적. 그 사유가 나름 분명했던 전작들에 비해, '이 영화는 러브스토리라고 본다'고 밝힌 키아누 리브스의 인터뷰처럼, 이번 작품의 호흡은 네오와 트리니티의 벨런스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은 일종의 패치로 연출된다. 이 결과는 기존의 서사에 대한 기억을 갖고있던 팬들에게 있어 크나큰 배신으로 다가온다. 또는 아주 크게 엿을 날려주는 변절로 비치는 시한폭탄 같은 장치로 작동한다. 이 둘이 중심 되는 목적성이 어떻게 보면 결여되었고, 어떻게 보면 크게 부각되는 관점. 그렇기에 여지를 남기던 작품의 결과가 일치하다는 맥락에 동의하지만, 기반 자체를 흔들면서 까지 맞이할 파국의 형세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우려스럽긴 하다. 

 

이렇게 속편으로써 부재된 요소와 만신전에 오른 시리즈로써의 영광을 놓고 주어진 결과물을 바라본다면, 트리니티의 대사처럼 이를 바라보는 네오도, 당신도 고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엔딩 크레디트 이후, 파란 약을 찾고 싶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이해하게 된다. 

 

나의 꿈은, 여기에서 끝났어.

 

 

우리가 알고 있던 서사 자체가 무너지는 것을 마주한다. ©워너브라더스

 

What is the Matrix? 

 

 

그럼에도 본 작품을 폄하하기엔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 3부작의 연속성을 바탕으로, 이를 풀어내는 과정은 ‘가히 매트릭스’ 다운 전개와 속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나의 세대가 시작되고, 다시금 하나의 세대가 시작되는 순간에서 기존 세대의 성장과 정체가 진행되는 과정안에 간극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지점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영화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또한 왜 그들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적절하게 부여시킨다. 줄곧 비교되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흐름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나마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기존 세대가 중심이 되고, 새로운 세대들이 채워주는 간극의 격차는, 전개를 촘촘하게 끌고 가는데 부족함 없는 기반이 되어준다.

 

앞서 이야기한 캐릭터의 연계성의 비판 요소도 나름대로 수긍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고의 개발자라는 포지션이 주어진 현재의 미스터 앤더슨은, 과거 스스로가 겪었지만 전설로 불려지는 무의식의 이야기들을 통해 바라 왔던 것들을 벨런스 화 시켜 녹여내었다. 스미스에 가까운 능력을 지닌 모피어스라는 연결고리는, 그가 생각했던 모피어스라는 인물이 항상 자신을 이끌어주고 지지해줬던 사람으로서의 존경심과 경의를 상향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실존했던 모피어스 (로렌스 피시번)는 기계대전 이후에 벌어진 새로운 전쟁.

기계 문명 간의 대립 속에서 끝내 희생된 것으로 그려지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시온 이후의 아이오를 이끌고 있는 니오베의 서사와 변화된 신념에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장치가 되어 주었고, 네오를 믿었고 지지하며 이끌어주었던 리더로서의 모피어스의 내러티브 또한 변질되지 않고 지속되어 공고해진다는 점에서 극 중 그의 퇴장 (=시리즈 오리지널 캐릭터의 정신과 육체) 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가' ©워너브라더스

 

 

누군가가에는 불편하게 비칠 수 있는 시나리오의 전개와 연출. 대사. 일부 캐릭터들을 활용한 점은 창작자가 생각했던 속편을 대하는 자세. 시리즈의 근간을 유지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어떤 식으로 의미가 부여되든 간에, 나름 최선을 다해 이를 최대한 지켜내려 노력한 셈이다. [매트릭스는 이래야 한다]라는 강박에 가까운 장면 속에서 대사를 던지는 개발자들과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토마스 앤더슨의 풍경은 속편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현재의 모습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전설이 되어버린 작품에 걸린 대중의 호기심과 기대치가 얼마나 거대하며, 이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중 뜬금없이 출연하는 거지 노숙자 같은 인간이 여기저기서 치고받고 싸우는 천태만상 속에 홀로 미친 X소리를 자꾸 떠드는 가 싶은 인물이, 과거에는 꽤나 중요한 상징 중 하나였던 ‘메로빈지언’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관객이라면, 그의 대사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주인공 네오 또한 그렇다. 고독한 아웃사이더의 포지션에서 출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와 기계문명 사이를 구원한 그가 맞이한 것은 해방이 아닌 지배라는 설정과 역으로 학습받아온 상황. 날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를 실행해보면서 ‘안되는데?’라고 멋쩍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꽤나 낯설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에서는 꽤나 씁쓸하게 보였을 것이다. ‘나의 네오는 이렇지 않아!’라고 해도, 우리 모두 나이를 먹었으니 말이다. 그것을 통해 이 작품의 전체적 구조가 창작자가 전달하는 최선의 대답이라고도 여겨진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2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오늘이 그 증거이다. 네오를 만났던 그 시간은 우리에게도, 그에게도 과거가 되었으니. 

 

현실 비판적 요소를 통한 매트릭스를 꼬집는 지점을 제법 강하게 첨가된 것도 적절한 호흡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이는 친절함과 익숙함. 다양한 인물들의 공존. 화합이라는 것을 보장받은 인류의 모습은 행복과 번영의 상징으로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미디어라는 덫에 잠식당한 인류. 수많은 사람들이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지만, 모두 각자의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와 같은 자세로 시간을 보내는 풍경. 평화로워 보이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애널리스트가 말하는 ‘그들은 결국 이곳에 갇혀있는 것을 원할 것이다’라는 대사에서 전달하는 현실성은 날이 선 오늘을 관객에게 비추어 보인다. '메트릭스는 시스템이다'라고 말하는 1편의 모피어스와 빨간 드레스를 바라보던 네오의 풍경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시대를 뛰어넘어 상상력이 가득했던 지난 시기의 풍경보다도 다양한 줄기로 퍼지며 진화되어 갔던 인류의 모습. 

 

가상의 세계를 그려내는 작품을 우리 모두 알고 있고 자각하며 스크린을 통해 바라보고 있지만, 이 모습조차 누군가에게 관찰당하는 처지로 전락된 현실. 완벽한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아이러니함을 들추어내었던 기존의 이야기를 벗어나 어디까지 현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모를 현실성이 부여된 속편. 그로 인한 극도의 거부감과 불편한 골짜기로 이어진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사람들이 지나가는 거리의 풍경이든. 들고 있던 스마트 폰과 이어폰을 잠시 넣어두고 온전히 비치는 풍경만 집중해보라. 모두가 어떻게 하고 행동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어쩌면 봇 마냥 우리는 모두 무언가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인류의 해방을 목표로 싸워나갔지만, 정작 다시금 옥죄어 가는 현실을 마주하는 영화의 모습은, 데자뷔가 난무하는 작품 속에서 일관 되도록 관통하는 메시지인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생각해보면 꽤나 무거워진다.

 

이러한 메시지가 주고 있는 핵심. 여태껏 우리가 믿고, 알고 있는 작품의 개념은 반드시 이래야 한다 라는 것. 무엇이 정답일까?라는 질문. 보이는 것에 따라,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 관점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다. 신선도 최상의 재료도 시일이 지날수록 썩어가고, 어제 보았던 새로운 건물은 이후에 지어지는 다른 건물들로 인해 갈수록 남루하게 보인다. 물론 온도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바라보고 좋아하며 열광한 팬들 또한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가뿐하게 적들을 털어버리던 모습이 아닌, 가쁜 숨을 내쉬며 혼란을 맞이하는 네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를 보고 있는 거울 뒤편의 모습이 아닐까? 실소를 금치 못한 쿠키 장면의 대사는, 곱씹어 볼수록 매트릭스 다운 메시지로 마무리하는 것을 택한 창작자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장치가 더해지고, 기존의 유산들이 보여주었던 서사들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게 되어도, 결과물의 실망감이 가득 담긴 ‘뭐야?’라는 소감이 내뱉고서 떠나가는 관객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 또한 ‘매트릭스답다’라는 마무리로 귀결되는 생각도 크던 작던 존재할 것이다. 극 초반에 그려지는 모피어스와 벅스가 조우한 장소. 다름 아닌 열쇠 가계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선택은 당신의 몫'이라는 메시지는 더욱 선명해진다.    

 

 

아무리 너프를 먹었다 한들, 네오는 주어진 역활을 수행한다. ©워너브라더스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스코어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개인적인 총평은, 본작의 스코어 또한 매트릭스라는 영화 다운 음악을 들려준다고 판단한다. 전체적인 호흡을 놓고, 1편의 스코어를 기초로 2,3편의 스코어의 노선을 따라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를 재현하고자 하는 흔적이 다양하게 엿보였다. 과거의 액션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하는 것으로 비추어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매트릭스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감정적인 호흡을 들려주고자 한 것이 사실이지만, 중/후반로 넘어갈수록 현악이 위주가 되어 과거의 감성보단 현재의 매트릭스를 들려주고자 하는 의도 또한 이해된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2021년의 매트릭스니까.

 

이로 인해 극이 후반부로 치다를 수록, 점차 음악이 들리지 않는 경우가 간혹 발생되기도 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고, 때로는 신나게 두드려주는 멜로디와 비트감으로 점철되었던 과거의 스타일리시 함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 이는 기존 시리즈의 음악감독이었던 돈 데이비스의 참여가 불발된 것에서부터 꽤나 서글프게 다가온다. 그렇다 한들, 새로운 음악감독들이 들려주는 스코어는 기존의 시리즈를 향한 오마주와 존경심이 얼마나 가득한지 느끼기에 조금도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그들 또한 최선을 다해 왕관의 무계를 견디어 내었다. 개봉 전 미리 공개된 사운드트랙 전체를 감상해본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리믹스된 트랙이 좀 더 많이 활용되었으면 싶었지만, 충분히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데 부족함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시나리오와 마찬가지로, 사운드트랙 또한 유산의 계승을 충실히 해준 작품을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맘에 든다. 꽤나 오랜 시간 감상하게 될 플레이리스트다. 

 

단, RATM의 Wake Up 커버곡으로 마무리되는 엔딩 크레디트는 기껏 만족감으로 쌓여갔던 감정선을 시원하게 박살 내는 데 충분했다. 이만한 병살타가 또 있을까? 이미 훌륭한 원곡이 있고, 시대적으로도 변화했으니 아예 엔딩곡 또한 그에 맞는 것을 넣었으면 좋았을 것을, 왜 굳이? 그로 인해 이놈의 PC라는 찝찝함이 더욱 거세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된 것은 상당히 아쉽다. 기껏 만들어 놓고 자살골이라니.

 

 

1편의 에이팍, 스위치 역활에 분하는 이 둘이 살아있다는 그림은 위안이 된다. ©워너브라더스

 

 

선택은 당신의 몫

 

한 시대를 넘어서는 유산이자 만신전에 오른 작품의 속편. 이는 끝없는 견제와 찬사를 동시에 부여받으며, 창작자가 생각했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고 전개되어 간다. 어쩌면, 애초부터 담겨있지 않았던 생각들과 해석까지도 첨가되고 확대되어 어느 순간, 사실로 전달되는 현실은 20년 전의 과거보다도 더욱 가파르며 빨라졌다.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의 리부트나 속편 작업으로 점쳐지는 영화판의 이야기들을 보고 있자면, 만족스러운 결과물 이면에 쌓인 수많은 폐기물이 애석한 현실을 보여준다. 더는 새로운 것이 없어도, 기존의 재미만큼이라도 보장해주길 바랬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인생 영화로 꼽는 터미네이터 조차 이러한 전례를 밟았다. 원작자가 참여한 대목이 적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당위성과 최소한의 여지조차 없이 완벽하게 입/출구 자체를 막아버린 것을 떠올려보면, 본 작품의 성과는 그나마 안정적이고, 꽤나 성공적인 측면이 있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기겠다'는 심사평의 출발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성공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척이나 고뇌스러웠을 속편이라는 작품을 이 정도라도 내놓은 창작자에게 충분한 경의와 감사를 표하고 싶은 마음 충분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작품에 관한 대중의 평가는 이와 별개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필자 또한 저 심사평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상업적으로 성공하는가? 한다면, '아니다'. 실패의 확률이 매우 높고, 그만큼의 리스크 또한 크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속편으로써의 가치를 갖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라는 답을 내릴 수 있다. 1편의 혁명적인 등장이 가능했던 시대적 흐름에 비해, 그 이상, 어쩌면 평타 정도도 어렵겠지만, 이 또한 나름대로 유산으로써 충분하기에.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은, 매트릭스라는 테마가 주어지는 무계 감이 기반되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금 별개일 수도 있겠으나, 얼마 전 공개된 PS5/XB Seris 용으로 공개된 언리얼5 엔진 테크 데모인 ‘매트릭스 어웨이크스’라는 물건이 있다. 본편을 본 유저들이라면 이 테크 데모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조금은 더 확대되어 보일 것이다. 토마스 앤더슨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매트릭스라는 세계관을 무료로 즐기실 수 있으니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추천드린다. (보고 나니 더욱 뽐뿌 오는 것 참느라 힘들다.)

 

 

무엇이 되었든, 오로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워너브라더스

 

 

 

 

* 초고 작성 : 2021년 12월 25일 

* 최종 수정 : 2021년 12월 27일 

 

- 발행 : 2021년 12월 25일 

- WRITTER : SEOGA

- SUPPORT : CHRPCREW

- PHOTO : 영화 '매트릭스 -레저렉션-'  ⓒ워너브라더스 / ⓒ빌리지로드쇼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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